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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우리, 하나은행 등 시중 8개 금융기관에 모두 4조원 가까운 자본확충펀드가 수혈됐다.

금융기관들이 사실상 준 공적자금을 지원받음에 따라 건전성 지표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해당 은행들은 최소한 향후 5년간 자금운용 등에 있어 정부 간섭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금융당국은 오는 5월쯤 2차 자본확충펀드를 금융기관에 공급하는 등 모두 20조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3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자본확충펀드운영위원회는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우리금융지주, 하나은행, 농협 등 8개 금융기관에 모두 3조9560억원의 1차 자본확충펀드 자금을 이날 지급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각 1조원을 받았고, 농협이 7500억원, 하나은행이 4000억원, 우리금융지주가 3000억원을 받았다. 우리은행은 지주사와 함께 모두 1조3000억원을 받아 최대 수혜기관이 됐다. 신한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들은 다음 차례에 자금을 받을 예정이다.

자금은 각 금융기관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하이브리드채권) 및 후순위채를 자본확충펀드가 인수하는 형태로 지원됐다. 지난 17일부터 31일까지 10영업일간 5년물 금융채의 평균금리에 각 금융기관별 가산금리를 더한 금리에 5년 후 콜옵션(조기 상환권) 조건의 30년 만기로 채권이 인수됐다.

금융기관들은 이번 자금지원으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기본자본이 1%포인트 가량 상승하고 전체 BIS비율은 2%포인트 정도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신 금융기관들은 향후 최소 5년간은 매월 중소기업 지원과 무역금융 지원 등 구체적인 자금운용 실태를 금융당국에 보고하고 감독을 받아야 한다. 금융기관들이 자금을 조기에 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 행사가 5년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 자금을 중소기업 신규 대출 및 만기 연장, 무역 금융이나 보증기관 출연 등 실물경제 지원, 기업 구조조정 지원자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채권 인수로 용처를 제한하고 이를 어기면 추가 가산금리를 물리거나 향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불이익을 줄 방침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에서는 규제나 경영간섭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하지만 추후 상황이 변하면 자금지원을 이유로 어떤 요구를 해올지 모르기 때문에 사실상 준공적자금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기업 구조조정과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자본확충이 필요해 지원을 받기는 하지만 탐탁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임대환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