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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기의 순간♡독서노트1804권♡
그리스인 조르바-카잔스키저서

도서노트.

문득, 나의 정체성이 퇴색되는 것 같아 다양한 방법으로 나를 되돌아볼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새로운 책보다는 과거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어보기로 했다. 삼십 몇 년 간 내 삶의 궤적처럼 읽었지만 줄거리마저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 가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서재에 꽂혀 있는 책을 읽는 동안 과거의 기억들이 하나 둘 다시 나에게 돌아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몇 권의 책을 읽으며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김없이 여름은 찾아왔다. 



여름이 되면 유독 생각나는 책들이 있다. 뜨거운 여름, 바다에 누워 기분 좋은 취기에 들려오는 음악이 어느새 뒷전이 되고 영혼이 타들어가는 듯한 여정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그중 <그리스인 조르바>는 여름휴가 때 읽을 꺼리에 항상 상위에 올려두는 책이었지만 몇 번의 여름이 지나도록 제대로 읽지 못했었다. 별 다른 이유 없이 책은 몇 번씩이나 책장을 무안하게 드나들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맘을 먹었고, 세네 권씩 챙겨갔던 여행 가방 안에 <그리스인 조르바> 한 권만이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에도 그 책을 다 읽기 전까지 내 영혼은 계속 여행 중이었다.



이 책은 그리스 크레타 섬 출신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적은 글이다. 그는 어릴 적 누군가의 예언대로 주교가 될 사람이라고 스스로 자각하며 온전한 삶을 헌신하면서 살아왔지만 결국 현실을 부정한 채 기도에만 열중하는 수도승 등을 비난하며,



본질은 정해져 있지 않고 우리는 운명을 선택할 수 있다는 실존주의적 삶을 선택한다.



유럽과 아시아 등을 여행하며 인간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며 살았던 그 자신의 묘비명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롭다



이 소설은 그가 평생 동안 고민하고 충돌했던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묘비명처럼 그 자유, 인간이 누려야 할 마땅한 그것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담겨있다.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 우리는 신이 정해준 길 위에 살아가는 충실한 종인가 아니면 나의 선택에 의해서 결정되는 개별적인 존재인가.

아직도 우리는 오랜 세월을 걸쳐 수없이 반복했던 이 질문에 명확하게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것에만 동의할 뿐이다. 이 소설 또한 서로 다른 삶을 두고 결정론적이기보다는 두 형태의 모습이 서로를 의지하고 그리워하면서 이어지는 삶을 관조하는 태도로 보여준다.

 

평생 책과 철학에 매진하며 살아온 작가(두목)와 산투르(현악기) 하나를 매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면서 스스로 자유롭다고 말하는 조르바의 만남은 그동안 대립했던 인간의 본질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이 화해하는 순간처럼 다가왔다.

시종일관 책 따위는 던져버리고 자신과 함께 춤을 추자고 하는 조르바. 두목은 가공되지 않은, 60년의 세월을 이겨낸 그의 야성미가 자신을 압도하는 것을 안식과 위로로써 받아들인다. 인간이 신과 같이 무언가를 추종해야 할 것이 필요하다면 자신은 조르바라고 말할 정도로 그의 세계에 매료된다.



애초에 방랑자 조르바가 자본가 두목과 함께 작은 섬마을에 오게 된 것은 광산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조르바의 치밀한, 신의 목소리를 듣고 설계했다는 도르래가 무너지면서 모든 계획은 실패로 돌아간다. 그리고 경사도를 지탱하던 나무들이 소낙비처럼 떨어져 흩어지자 그들은 이별을 하게 된다.

모든 것이 무너진, 더 이상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을 수도 있는 그 순간 작가는 묘비명처럼 자유로워졌다고 말한다. 그가 이 소설을 쓰게 된 것 또한 모든 것이 무너졌을 때 불행이란 것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스스로 선택하면서, 비로소 자유라는 존재의 해방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 마음의 소리가 멈추지 않고 계속 울리기를 바라며 펜으로 꾹꾹 눌러 이 사건에 영원성을 새겨 넣었을 것이다.



소설은 두 사람의 결합을 통해 사랑과 결혼, 만남과 이별, 죄와 벌, 신과 인간, 책과 음악 등 각자의 삶 속에 스며든 가치의 대립들로 인해서 과연 우리는 스스로 어떤 삶을 옳다고 그리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끈질기게 묻는다.


#조르바 #철학 #인문학 #세계문학 #다독 #독서광 #성장 #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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